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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의 자세. 심부름센터 탐정이라면 한번정도 생각해 볼 탐정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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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12-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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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탐정의 길에 접했을 때만해도 지방에서오는 의뢰는 꺼려했었던 적이 있었다. 지방이라면 왠지 더 힘들것 같기도 하고 같은 비용이라면, 아니 비용은 적더라도 수도권에서 하는게 더 좋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중구난방, 우후죽순 격으로 심부름센터 생기지 않았을 때이므로 수도권에서 오는 의뢰를 해결하기에도 바빳던 시기라 굳이 지방까지 갈 필요가, 아니 갈 여력이 없었던 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끔 지방 의뢰건이 들어오게 되면 제일문제가 되는것이 식사와 숙박이다. 수도권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 그날의 작업이 끝나면 대부분 집으로 복귀해서 시가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집밥을 먹고 쉴 수 있는 것이다. 그 휴식이 다음날 또다시 현장에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수도권 외 지역이라면 오가는 시간이 길게 되면 더 피곤할 수 있기에 숙소를 잡고 대충 식사를 하고 쉴 때도 있지만, 아무리 좋은 숙소라 하더라도 집에서 마냥 편안함을 느낄 수가 없다. 그렇기에 현장에 나가서도 100%의 컨디션으로 작업을 하긴 힘들때가 종종 있다. 언제부터인가 차량 트렁크에 짐들이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었다. 침낭, 간이 의자. 텐트, 간단한 취사를 해답이 있는 기구들... 모르는 사람이 볼 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 일정한 시간흐름이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가는 그런 시간의 흐름... 하지만 탐정에겐 그런 일정한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침에 시작할지 새벽에, 아님 낮에... 그리고 언제 끝이 날지, 대상자가 집에 들어가고 나면 종료되는건지, 아니면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지 모르기에 밤새 지켜야하는지...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작업이 시작되기에 대상자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게 된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숙소를 잡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듯 하다. 첫날 작업이 끝났다 판단되면 그제서야 숙소를 잡게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첫날은 대부분 밤늦게 작업을 종료하는 편이다. 대상자의 패턴을 모르기 때문에 집에 들어갔다 해서 바로 끝내지 않고 또 다시 나올것을 대비해 몇시간이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보면 시간이 흘쩍 지나가기에 밤 늦은 시간에 작업을 종료하는 적이 많다. 그러다보면 또다시 내일아침, 아니면 새벽에 대상자가 움직일지도 모르기에 어떤때는 밤을 세워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어떨때는 지방 작업 일주일 내내 차에서 먹고 자고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장만한 것들이 트렁크를 열면 꽉차 있게 된것이다. 각종 카메라 장비들, 추적할 때 용이한 장비들이 있던 자리에 침낭이, 텐트가 놓여져 버린것이다. 잠복을 하던 차안에서의 생활이 일상화 되어버린것이다. 하지만 차는 단지 바람과 비완 눈을 막아주는 역활만 할뿐이다. 남들 잘때 같이 자고, 남들 밥먹을 때 같이 먹고... 남(대상자?)들과 똑같이 한다면 과연 의뢰인에게 그들이 원하는 말을, 사진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잠은 편히 자야된다, 밥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좋은 얘기지만 탐정에겐 사치인 얘기인 것이다. 난 더위를 못참아... 난 추운건 싫어... 난 밥은 꼭 제때, 제대로 먹어야해...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탐정일을 시작한다면 다시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탐정일을 하게되면 속이 쓰릴 정도로 차갑게 식은 빵을 먹게 될 것이고, 일할 때는 편히 앉아 밥을 먹는 일이 드물것이고, 한여름엔 에어컨을 못 틀어 차안에서 실신하는 경험을... 한겨울에는 발가락부터 시작해서 점점 온몸이 추위에 얼어붙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탐정에게 사계절은 없다. 봄, 가을 같이 포근함을 느낄 수가 없기에 탐정에게는 여름과 겨울만이 있다. 위에서 말한 내용들은 극히 일부분만을 말한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힘들다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단단한 각오와 준비를 하던지 그렇지 않다면 다시한번 자신의 길을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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